
지난 2월 2일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출시되었습니다. '공간형 컴퓨터'로 애플이 2015년 애플워치를 출시한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인데요. 미국시장에 먼저 공식 출시되어 사전판매만 20만 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가장 낮은 사양도 3499달러(약 466만원)로 아직은 일반인이 쉽게 구매하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합니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공간형 컴퓨터로 정의했는데, 이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능을 갖춘 헤드셋 이상의 기능을 구현한다는 의미라네요.

비전 프로를 실제 이용해본 체험자에 의하면, 고화질 디스플레이로 실제 화면 속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조작법이 간편하지만, 무게가 600g에 달해 목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다른 MR 헤드셋보다 조작이 간편해 별도 컨트롤러 없이 검지와 엄지를 붙여 조작이 가능한데요. 보드나 리모컨 등의 별도 기기 없이 눈과 손, 음성으로 조작이 가능하며 전원을 연결하지 않고 외장 배터리만 쓰면 최장 2시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SNS 피드를 둘러보면 동영상을 통해 미국인들이 비전프로를 착용하며 체험하는 볼 수 있었는데요. MR 헤드셋을 착용하고 길거리를 거닐거나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모습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었죠. 비전 프로를 쓰면 각종 앱을 3차원 공간에 띄어 이용할 수 있는데 마블 영화에서 아이언맨이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는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특히 허공에다가 타자를 입력하는 모습은 정말 신기했습니다.

팀 쿡 애플 CEO는 “사람들은 이 기기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할 것”이라며 “어떤 사람들은 페이스타임을 하고, 외과 의사들은 훈련에 사용할 수 있다. 비전 프로를 사용할 수 있는 사례는 컴퓨터와 같고, 이미 100만개가 넘는 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플이 2009년 아이폰을 출시한 후, 일상 생활에서 엄청난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MR 헤드셋이 일상화된다면 개인과 사회, 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집에서 잠옷 바람으로 회사 업무를 하거나 팀원들과 미팅을 하게 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최근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이 애플 프로 비전 같은 MR 헤드셋을 사용하는 모습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심슨가족이 2024년 애플 비전프로를 미리 예측했다고 외국인들 사이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는데요. 이 애니메이션은 무려 8년전에 방영되었다고 합니다. 영상 속에서는 MR 헤드셋을 쓰고 거리를 걷는 모습, 헤드셋을 착용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재밌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 놀랍지 않나요?

최근 X(트위터)에서 한 장의 일러스트 게시글을 봤습니다. MR 헤드셋을 착용한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을 비교하는 일러스트인데요. 애플 비전 프로를 통해 내다본 미래의 양극화를 그리는 걸까요? MR 헤드셋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의 세상은 밝지만, 구매하지 못한 소외계층은 있는 그대로 어두운 현실을 봐야만 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MR 헤드셋의 등장으로 인해 앞으로의 시대는 시간/공간적인 부분에도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또한 보는 세상도 달라질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이 일러스트를 X에 올리고 나서 엑친님이 남긴 댓글이 인상 깊었습니다.
"부의 양극화로 인해 기술을 누리는 것도 양극화될것입니다. 이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것이죠. 고글의 대중화시대가 열려도 그 안에서 다시 유료로 입장할 수 있는 세상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나뉠 것입니다. 가상세계 안에서도 소득을 생산하는 자와 노동하는 자가 나뉠 것입니다."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가상 세계에서도 부의 양극화가 이뤄질 것이고 무료로 이용하는 사람과 유로로 이용하는 사람간에 보여지는 세상도 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각 플랫폼 업체마다 유료 서비스를 출시하며 구독하는 이용자들에 한해서 새로운 기능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죠. 이는 갈수록 가속화가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문득 가상현실 세계를 다룬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떠올랐습니다. 스토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암울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의 유일한 낙은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것이 실현되는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 접속하는 것인뎅. 그속에서 벌어지는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스토리로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미래의 세상은 심각한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로 인해 삭막하게 변해가고, 이 고통을 잊고자 모든 사람들이 MR 헤드셋에 매달린 채 가상현실을 살아가는 것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이런 세상은 오지 말아야겠죠. 아무리 기술이 고도화되고 세상이 변해도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대는 가상현실로 대체될 수록 현실 세계는 더욱 가치있고 희소성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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